낙세(樂世) 노경병 (1924 - 2003)

산부인과 의사로 세브란스를 진정으로 사랑한 동창

  노경병은 1924년 10월 21일 함경남도 혜산군에서 태어났다. 혜산공립보통학교, 함흥고등보통학교(함남중학교) 졸업 후, 1944년 3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후 모교가 아사히의학전문학교로 개칭되고, 일본식 억압과 군대식 교육을 받다가 해방 후 다시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로, 미 군정에서는 1947년세브란스의과대학으로 승격되는 등 극심한 변화와 격동의 시대에 공부를 한 탓인지 모교에 대한 애착심이 유난히 강했다.

  해방 후 대학교육 재건은 교수들의 몫이었고, 구호활동과 질서유지는 학생들이 맡았다. 노경병은 귀환 동포를 위한 구호활동과 치안 유지를 위한 학도대로 활동했다. 또한, 기독교 학생으로, 학생 YMCA(후에 SCA로 바뀌었다)에서 종교부장을 맡아 예배와 음악회를 열었다. 해방 후 극심한 혼란 속에서 좌우사상의 대립으로 왕래가 어려워지자 이북출신인 그는 고향의 부모로부터 경제적 후원이 끊어져 더 많은 어려움을 겪던 중 부산, 진주 등에서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콜레라 방역요원 활동하면서 경제적 도움을 받아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다. (그림 1)

그림 1. 노경병

  1948년 졸업 후 인턴을 거쳐 1949년 산부인과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했다. 6.25 전쟁 후 세브란스병원의 피난지인 거제도로 자리를 옮겼다. 흥남철수작전으로 함경도 주민 수천 명이 거제도에 도착해 많은 피난민을 대상으로 세브란스구호병원의 의사로 활발한 진료 활동을 펼쳤다. 1953년 대학과 병원 본부의 서울 복귀 후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며 미국 유학을 추진하던 중 거제도에서 함께 일한 미국 군의관 윌리엄 헤일링의 도움으로 1954년 6월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알렌타운병원과 핏피츠버그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불임 단기 대학원 과정을, 피츠버그대학 산부인과에서 치료방사선과 단기대학원과정을 수료했다. 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하면서 자궁암 방사선 치료 장비를 구입해 연세의대 산부인과 교실로 복귀했다.

  귀국 당시는 세브란스와 연희가 합동한 지 1년이 지난 시기로 아직은 정비의 기간이었다. 1958년 귀국한 노경병은 첨단 슬라이드를 이용한 학생 강의 및 임상 술기로 많은 후학에게 선진 의학을 보여줬으며, 국내 최초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인암 조기진단 센터 설립하고 Pap Smear를 국내에 알리고 보급했다. 1962년에는 최초로 자궁암센터를 개설했으나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새롭게 첨단 산부인과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자 졸업 동기인 이동희 선생과 함께 1963년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으로 환자를 제일로 생각한다는 이념으로 제일병원을 개설했다. 국내 최초의 자궁암조기진단센터, 복강경진단 검사 등과 함께 자궁성형수술, 미숙아 장폐색 수술 성공 등 첨단 수술의 지평을 열었다. 1973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난관결찰술 시행, 1975년 경막외 마취법 도입, 1977년 콜포스코프(Colposcope) 도입, 1983년 유전학 연구실개설, 1985년 불임클리닉, 체외수정연구실 개설, 1987년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는 등 국제적 병원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1987년 제일병원 시험관아기팀(큰아들 노성일 동창이 책임자)은 국내 최초로 경질 초음파를 이용한 난자 채취법에 성공하면서, 호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동결수정란을 통한 쌍둥이 출산에 성공했다. 1989년에는 대리모 임신, 1900년 미세조작술을 통한 인위적 수정과 임신 성공, 1991년 세계 최초로 자궁벽을 통한 배아이식술도 성공했다.

  40년 세월 동안 우정을 이어간 이동희 박사와의 경영 활동과 28년 6개월간의 제일병원 원장생활을 마감하고, 1992년 노경병은 68세에 제일병원 명예원장으로 물러난다. 1996년 성삼의료재단을 발족해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2000년 강서미즈메디병원을 개원했다.

  연세의료원은 1985년 광혜원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2년 백주년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알렌관 신축과 광혜원 복원, 재활원 신축 등의 계획을 세운다. 노경병은 이 사업에 동창회 부회장으로 깊이 관여하다가 1985년 2월 19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동창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노경병은 기념사업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미국 16개 지부 순회 방문에 이어 전국 지부를 방문했고, 1986년 9월에는 연세의대 동창회 시도지부장회의를 최초로 개최한다. 1987년 정관개정을 통해 동창회 시도지부장을 당연직 중앙위원으로 하고,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생을 동창회에 편입시켰다. 의과대학 동창회는 1987년 광혜원과 알렌관 봉헌식을 갖고, 연세대학교 재단에 기부채납 했다. 총건축비는 광혜원 3억 9,560만원, 알렌관 8억3,294천원이 소요됐으며, 사용된 건축비는 의과대학 동창(국내, 국외, 미주, 일본 기타)들이 모금했다. (그림 2, 3, 4) 1988년에는 동창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세의대 21세기 발전후원회를 조직해, 한 구좌 2만원의 소액 모금 사업을 시작했다.

그림 3. 광혜원 봉헌식 

그림 4. 광혜원 봉헌 동창회보 기사

 1988년 5월 의대동창회를 대표해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파송이사로 선임됐다. 1988년 11월 28일 남대문의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이 기공되는데, 이 빌딩의 이름과 빌딩 수익금 문제 해결 등을 두고 화합과 협력의 성품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92년부터 연세재단 감사, 1993년부터 세브란스의 새병원건립추진위원회 자문위원, 1997년부터 연세대 학교법인 이사에 다시 선임돼 새병원 건립과 모금 등에 많이 기여했다.

  1988년 제24대 대한병원협회장으로 선임됐다. 병원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중소병원 원장으로 회장이 됐고, 1989년부터는 아시아병원연맹회장을 역임했다. 1967년부터 병협이 맡아온 병원신임업무를 개선하고 병원 노동조합 확대에 따른 노사분규 문제를 해결했다. 1989년부터는 전국민의료보험시대에 따른 수가 인상, 중소기업 기본법 적용, 세제 개선에 노력했으며, 한국병원정책연구회 창설 등 많은 업적을 이뤘다.

  1982년 10월부터 대우의료재단이사로 활동하다가, 1997년 이사장으로 선임돼 거제도 옥포 대우병원의 혁신계획으로 분위기를 쇄신시키고, 오랜 침체에서 깨어나는데 일조했다.

  노경병은 1985년 4월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1996년 10월 연세총동문회에서 ‘자랑스러운 연세인’ 선정, 1997년 5월 연세의대 명예의학박사 수여, 2003년 연세의대 미주동창회에서 명예의 동창으로 선정됐다. 2003년 9월 작고했다.